1. 사실관계
가. 문제가 된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은 여러 점포(이하 ‘이 사건 점포’)로 구분되어 2005년 2월 23일 집합건축물대장에 등록되고, 2005년 3월 2일 구분건물로서 신청인 A 명의의 소유권 보존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각 점포의 용도는 판매 및 영업시설이다.
나. 현재 이 사건 점포 중 (호수 1), (호수 2), (호수 3)이 인접한 (호수 4)와 함께 4개 점포가, (호수 5), (호수 6)은 2개 점포가 각각 통합 매장으로 사용되는 등 이 사건 건물은 점포 간 경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다. 통합된 점포들의 바닥에는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지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점포의 집합건축물대장에는 측량성과가 기재된 1층 전체의 평면도 및 이 사건 각 점포의 건축물 현황도가 첨부되어 있고, 각 구분점포의 경계는 평면도상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라. 감정인은 이 사건 각 점포가 집합건물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한 건물번호표지는 없으나, 건축물현황도면 등을 참고하면 그 건물의 구조, 용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그 구획이 명확하고 경계의 복원, 위치의 특정이 용이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2.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신청인에게 이 사건 점포의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 표지의 존재를 증명하라고 석명하였으나 피신청인은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각 점포가 현재 구조상 독립성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각 점포에 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한 1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러한 원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가. 적법성의 추정
구 집합건물법(2020년 2월 4일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에 관하여 제1조의 2를 신설하여 일정한 용도 및 면적에 해당하고 경계벽을 대신해 시행령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라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 표지를 갖추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현행 집합건물법은 제1조의2 제1항 제2호를 삭제하여 면적요건이 없어졌음).
한편, 집합건물법 제1조의2와 함께 신설된 제59조 제2항은 “소관청은 구분점포에 관하여 건축물대장의 신규 등록 또는 변경등록의 신청을 받으면 신청 내용이 제1조의2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및 건축물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는지를 조사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구분점포에 관하여 집합건축물대장의 신규 또는 변경등록신청이 있는 경우 소관청에게 건축물의 현황 등을 조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소관청은 조사 결과 그 건물의 상황이 규정에 맞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등록을 거부하고 그 건물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하여 일반건축물대장에 등록하여야 한다(제60조 제1항).
위와 같이 집합건물법이 제1조의2에서 정하는 구분점포에 관하여는 반드시 소관청의 현황조사를 거쳐 위 조항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건축물의 실제 현황과 건축물대장의 신청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다음 그 규정에 들어맞는다고 인정될 때에만 집합건축물대장에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작성된 집합건축물대장이 제출되어야 비로소 구분점포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 및 표시변경등기가 마쳐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집합건물법 제1조의2가 시행된 2004년 1월 19일 이후 집합건축물대장의 신규 또는 변경등록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구분등기가 마쳐진 구분점포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대장이 등록되고 이에 기하여 구분등기가 마쳐진 것으로서 그 등록 및 등기가 마쳐질 당시 집합건물법 제1조의2에서 정한 구분소유권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추정되고, 그와 다른 사실은 이를 다투는 측에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신청인이 이 사건 각 점포별로 경계표지 등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각 점포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구분소유권의 성립요건 및 증명책임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나. 복원 가능성
인접한 구분건물 사이에 설치된 경계벽이 제거됨으로써 각 구분건물이 구조상 및 이용상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구분건물의 위치와 면적 등을 특정할 수 있고 사회통념상 그것이 구분건물로서의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복원이 용이한 것이라면, 각 구분건물이 구분건물로서의 실체를 상실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고, 아직도 그 등기는 구분건물을 표상하는 등기로서 유효하다고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2013마2324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각 점포는 인근 점포들과 통합하여 각 하나의 통합점포로 사용되었고 현재 경계표지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 사건 각 점포의 집합건축물대장에 첨부된 평면도 및 건축물현황도에 의하면 점포별로 위치와 면적이 명확히 나타나 있고,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각 점포의 경계를 확인하고 경계표지 등을 설치하여 구분건물로서 용이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점포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다.
4. 대상 판결의 평석 및 검토
하나의 건물 안에 또 다른 소유권을 인정하는 구분소유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면과 이용적인 면에서 각 독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떼어낸 그 부분만으로도 독립적으로 건물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집합건물법 제1조의 2는 이러한 독립성 요건 중 구조적 독립성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다른 객체와 분리되지 않았더라도 경계를 표시하고, 건물번호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였다면, 독립된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많은 대규모 상가들이 이러한 형식이다.
위 법리에 근거해 당초 법원은, 구조적 독립성의 요건을 완화한 경계표지와 건물번호 표지조차 없다면, 구분소유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따라서 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이미 소유권 보존등기가 이뤄졌다고 해도 해당 등기가 무효라고 보았다(대법원 2009마1449결정 등). 이에 따라 경매에 이의를 신청하는 자는 현재 점포에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 표지가 없다는 점만 증명하면 보존등기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경매를 취소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대상판결은, 앞서 설시한 근거를 들어 건축물 대장에 등재되어 있고, 등기까지 완료된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 표지가 존재하였음이 추정되므로, 그와 다른 사실은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소유권을 부정하는 측에서 등기 당시부터 경계표지와 건물번호 표지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각 점포들이 현재 인근 점포와 통합하여 마치 하나의 통합점포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고, 경계표지조차 없더라도, 집합건축물 대장에 첨부된 평면도 및 건축물 현황도를 살피면, 점포별로 위치와 면적을 명확히 특정할 수 있으므로, 용이하게 복원할 수 있는 이상 구분소유권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실제 대규모 구분 점포를 운영하는 소유권자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점포를 임대하다보면,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물어야 할 경우가 필연적으로 생기고, 경계표지나 건물번호 표지가 손상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준공한지 몇 년 지나지 않은 건물의 경우에야 보존이 잘 되어 있겠지만 수 십년이 지난 건물의 표지들은 희미하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점포 소유자들의 권리보호와 구분소유권의 성립 요건 및 증명책임에 대해 법원이 대상판결로서 명확히 해 주었다는 점에서 해당 판결은 의미가 있다.
/최원규 변호사
법률사무소 시냇가에심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