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들)
안녕하세요, 대전 부동산전문 최원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임대차계약(전세, 월세계약)을 체결했는데 건물을 임대차계약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 할 수 있는가에관해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주로 상가건물에서 문제가 될 텐데요. 요즘 학원, 병원, 음식점 등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시행령 등에서 제한을 두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병원, 학원의 경우 주차공간, 대피로 확보, 방화벽 구비 등 각종 안전사항들이 갖춰져 있어야 하며, 건물자체가 일정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 합니다. 임차인이 실제 별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영업을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막상 입주하려다 보니 영업이 불가능한 업종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이 경우 법원은 임차인의 해지 청구를 어떻게 판단하였는지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2. 사실관계
가. 원고(임차인)는 한의사로서 한방병원을 개설하거나 운영한 경험이 있었고, 피고(임대인)는 일반인으로 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나. 피고는 경매를 통해 X건물을 취득하였습니다. 그 당시 이 사건 건물의 건축법상 용도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정해져 있었고, 예식장, 식당(뷔페) 등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다. 피고는 2015년 7월경 이 사건 건물을 임대한다는 광고를 내었고, 원고는 이를 보고 피고를 만났으며, 원고와 피고는 2015. 8. 10.경 이 사건 건물 중 2, 3, 4층에 위치한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총면적 1,224㎡)에 관한 임대차계약 내용을 협의하였습니다. 만남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였기도 하였습니다.
라. 피고는 2015. 8. 17. 및 같은 달 20.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도면, 실측도 등을 원고 측 직원에게 이메일로 전송해 주었습니다.
마. 원고 및 원고 측 관계자 D, E과 피고는 2015. 8. 30. 함께 만나서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당시 원고 측의 주된 요구사항은, 원고가 임대차 목적물에 병원을 개설 허가받아 사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정화조와 소방시설 부분은 병원 용도에 적합하도록 임대인인 피고가 책임지고 설치하거나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고, 피고는 이를 수락하였습니다.
바. 원고와 피고는 2015. 8. 31. x건물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1억 5,000만 원, 차임 월 750만 원, 목적물 인도일 2015. 9. 1., 임대차기간 인도일로부터 60개월 등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약사항으로 "11. 병원개설 허가에 대한 건물 관련 부분을 임대인이 책임진다(정화조 및 소방시설). 건물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내부허가는 임차인이 책임진다(쌍방 합의한 건물 내부의 추가 확장된 공간은 임차인의 책임으로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적시하였습니다.
사. 원고는 동료인 한의사들과 함께 한방병원을 개설하려고 하였고, 이러한 사실을 피고에게 설명하였으며 피고는 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3. 관련 법령
의료법령, 건축법령과 해당 시 건축조례 제38조 등에 따르면,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3호에서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으로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등을 말합니다. 그중 한방 병원은 입원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입원실 등을 갖추어야 합니다)의 용도로 사용되는 곳의 바닥면적 합계가 1,000㎡ 이상인 건축물은 건축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3m 이상 띄워야 하고,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2m 이상 띄워야 합니다.(이하 '대지 안의 공지 규정'이라 합니다).
4. 이 사건 X건물이 위 건축법령을 충족하였는가?
그러나 이 사건 X 건물은 건축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3M이상 띄워지지 않았고,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2M이상 띄워져 건축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X건물은 처음부터 그 전부(총면적 1,224㎡)가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1000㎡이하의 면적에 관하여는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였습니다. 즉 1000㎡까지만 임차하면 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입원이 필요없고 주로 외래환자를 돌보는 기관)은 위 요건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으로는 X건물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5. 2심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
가. 2심법원의 판단
위 사건에 관하여 2심법원은, 이 사건 X 건물 중 2층 430㎡, 3층 397㎡, 4층 397㎡(총면적 1,224㎡)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건축조례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병원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었으므로 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 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보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반면 대법원은, 계약이 원시적으로 불능인 경우 무효라는 법리는, 불능인 급부의무가 계약 내용에 편입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임차인인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전부(총면적 1,224㎡)에 대하여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받아 사용한다'거나 '그러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임대인인 피고가 책임지고 보장하거나 이행한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은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대지 안의 공지 규정으로 인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이미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설 허가받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을 들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원시적 불능이어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건물주 승소의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6. 판결 평석 및 사견
대법원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이 병원으로 목적물을 사용하겠다고 이야기 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인 임대인(피고)가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차이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는 X건물을 전체로 사용할 수 있는 점, 1000㎡까지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약사항에서 병원에 관련하여 건물 허가는 임대인이 책임진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의원과 병원을 구별하여 반드시 병원으로 건물과 관련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계약내용 상 임대인의 의무에 반드시 의료법 상 '병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임대차 목적에 관하여 임차인이 사전에 고지한 경우 임대인의 의무가 이행불능인가 아닌가를 판단했고 그 요건에 관해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인인 임대인(피고)의 입장에서 봤을 때 병원과 의원의 차이를 당초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러한 법리는 병원 뿐 아니라 학원, 음식점, 유흥주점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에 명확히 어떠한 업종을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를 먼저 분명하게 밝히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책임부분을 명확히 기재하여 놓아야 합니다.